본문 바로가기
한국

일본인 친구의 서울 구경 리스트 ③

by Rosawood 2023. 9. 27.
728x90

치킨 먹고 아이스크림 먹고 주섬주섬 먹고 마시고 일어나 퉁퉁 부은 우리의

셋째 날

1. 전복 내장죽 

 

일본에서 '죽'(お粥)는 아플 때 먹는 허여멀건한 죽이다. 진짜 '죽'

옛날에는 우리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은데, 아마 본죽을 시작으로 '죽' 한상차림이 당연해지지 않았나 싶다. 한.. 20년 정도 되었나?

무튼 한국 콘텐츠에서 나왔던지 아니면 여행객들이 소개를 했던지 '죽'을 꼭 먹어야 하겠단다. 

 

전날 저녁에 친구 리스트에 마크되어 있는 레스토랑을 찾아 놓고 눈뜨자마자 먹으러 가기로 했다. 아침 활동은 쥐약인 내게 8시 반 영업시간에 맞춰 가보자는 은근한 압박(난 무리야! 못 일어나!...).. 그래서 부랴부랴 가능한 한 일찌감치 (.. 10시쯤?) 갔는데! 오호 이런, 어제 호프집에 이어서 오늘은 이 곳이 휴무일이란다.

 

유감스럽게도 맛을 보지는 못했지만 일본인에게 알려져 있다는 맛집은 여기 - '죽이 잘 맞아'

https://naver.me/5uxIuf4Z

 

죽이잘맞아 : 네이버

방문자리뷰 112 · 블로그리뷰 338

m.place.naver.com

죽은 먹어야겠고 하는 수 없이 근처 본죽을 갔다. 

내게는 흔한 체인점이나 친구에게는 로컬 푸드지. 게다가 원조(?) 죽집이라고! ('내'피셜)

 

친구는 전복내장죽, 나는 불낙죽

 

2. 북촌 마을

 

오늘은 호스텔 체크 아웃 날이라 짐 빼고 잠시 맡기고서는 죽 소화시킬 겸 북촌 마을로 산책.

여기도 맛난 집도 많고 분위기 즐기기에 너무 좋은 곳이건만 음.. 날이 너무 더웠다. 오르막을 올라가서 경치 한 번 보고는 둘 다 지쳐서 그대로 하산. 대에충 요런 코스였다. (생각보다 많이 걸었는데?)

요런 길을 지나
요런 커피집도 지나고
골목 골목 누비다가
내려가다보니 한복 입은 관광객들이 보인다
중간에 요런 '향' 가게도 있고
다 내려오니 한옥 베스킨라빈스도 보인다.

꽤 많은 여행객들이 한복을 입었던데 정말 좋은 사업이 아닐 수가 없다. 왜냐하면 가격이.... 는 밑에서 다시 언급

 

3. 한복 입어보기

 

친구가 가장 기대했던 부분이었지만 사실은 좀 내키지 않아서 주저주저하고 있던 차였는데, 계속 거리에서 한복을 보다 보니 흥미가 생기더라. 경복궁 입구 근처에 가게가 많다고 해서 북촌 마을에서 내려간 곳에 있는 가게에 들렀는데

  • 1.5h 40,000원 
  • 2h 55,000원

??? 너무 비싼데? 입지 말까? 둘이서 웅성웅성 주저주저하던 차에 인터넷으로 살짝 검색해 보니 한복 대여는 반대편에 더 많다기에 일단 가봤다. 

  • 1.5h 전통한복 10,000원 테마한복 20,000원
  • 4h 전통한복 20,000원 테마한복 40,000원
  • 머리 기본 손질 무료
  • 댕기나 핀 추가 시 추가 요금 3000원

뭐지? 좀 전에는 내가 잘못 본 건가 싶다. 경복궁 사이에 두고 이렇게 차이가 난다고? 뭔가 옵션이 더 있는 거겠지?

 

속치마로 볼륨감을 내는 대신 그걸 뭐라 부르나.. 프레임 속치마를 입고 그 위에 한복을 입게 되어 있다. 간이식 한복이라 대충 입고 나왔는데 다들 꼼꼼하게 예쁘게 입더라고. 덥고 지쳐서 잠시 망설이다 추억이다 싶어 트라이.

 

전통 한복은 일반 한복이고, 테마 한복은 반짝반짝 장식이 되어 있거나 왕이나 왕비, 궁녀, 무사, 등등 테마가 있는 전통복. 반짝거리는 게 더 나으니 테마 1.5h로 츄라이 츄라이~

 

차마 우리 사진은 못 올리겠고 (친구는 이뻤다)

재밌어서 찍은 사진이 요거 ㅎㅎㅎ

다들 궁으로 가자!!
궁이다! 저기 세자 전하 아님? 임금님도 계시네~ 

 신나게 사진 찍고 돌아다니다 더워서 1시간도 안돼서 반납하러 총총!

 

덥다 덥다 덥다! 그래서 익선동으로 지하철 타고 돌아가서 빙수 흡입! 요 카페 분위기 좋다. 빙수 엄청 맛있는데 엄청 비쌈. 힙플에서는 이 정도는 각오해야 하는 건가 하하

'오얏꽃' 카페, 분위기가 아주 멋짐

 

4. 고터 (고속터미널)

 

나한테 고속터미널은 외국인 여행객들이 많은 지역이 아닌데, 리스트에 있어서 좀 놀랐다. 가서 쇼핑? 백화점 말로 지하상가에서? 여긴 싸긴 싸지만... 어쨌든 이해가 안 갔는데 다음 리스트를 보고 아하~

옷 사러 슬쩍 둘러보다 그냥 밥 먹으러 갔다. 오늘 저녁은 얼! 큰! 수! 제! 비! 맛나 맛나 너무 맛나 🫢

 

5. 반포 한강공원 - 레인보우 분수쇼

 

반포 한강공원이야 수도 없이 갔지만 직접 분수쇼를 보러 간 적은 없었다. 고터가 덩달아 알려졌구나 이제야 이해.

와우 이쁘더라! 레이저 색이 눈으로 봐도 사진으로 찍어도 너무 아름다웠다. 

분수쇼도 이뻤지만 그 주변은 여전히 산책하기 참 좋더라. 대체 얼마 만에 온 건가 추억이 방울방울 ㅎㅎ

화려하다...(정신팔린 사이 모기에게 엄청 뜯김, 여름엔 모기 조심)
무슨 홍콩에 온 줄? 너무 이쁜데?

분수쇼는 19시 30분부터 21시까지 30분 간격으로. 20분 정도 하는 것 같고 물론 무료. 단, 모기 조심 😑

경치에 홀려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나도 친구도 피곤해서 혼이 거의 나가 있었다. 오늘은 대체 얼마나 걸었나 보니... 30,000! 3만 보!

 

자 이제 쉬러 가자, 대망의 마지막 코스! 

어? 근데?.. 영희야 여서 모 하니?

 

6. 찜질방

 

내가 이 나이에 찜질방에서 밤을 지내게 될 줄은 (편안히 침대에 누워서 8시간 꼬박 자도 피곤이 덕지덕지 남아있는 이 체력으로?) 몰랐지만! 그래 친구의 경험을 위해서 한 번쯤이야! 

그래서 마지막 밤은 인당 15,000원인 찜질방에서 밤을 보내고! 아침에 친구를 다시 일본으로 보내주는 코스가 되었다.

 

원래는 홍대입구 근처 24시간 찜질방을 갈 예정이었는데 (여긴 외국인 여행객도 많이 가는 듯), 도저히 고터에서 홍대입구로 이동을 할 기운이 없었다. 부랴부랴 주변을 찾아보니 다행히 서래마을 입구에 24시간 불가마 찜질방이 있는 것이 아닌가!

 

렛츠고! 고!

 

CN스파24시남여찜질방사우나 : 네이버

방문자리뷰 232 · 블로그리뷰 80

m.place.naver.com

생각에 남는 건

  • 사장님이 시크하게 친절하셨다 - 둘이 어리바리하고 있으니 뒤에서 지켜보시다가 몇 번이나 이것저것 정보를 알려주셨다 ㅎㅎ 
  • 층별로 지하는 여자, 4층은 남자, 5층 6층은 공용휴게실 겸 매점 - 작은 줄 알았는데 규모가 꽤 크다
  • 락커도 크다 (친구 기내용 슈트케이스 수납도 가능했음)
  • 5층 매점과 휴게실이 쾌적하다

위치가 위치인지라 며칠 만에 여행객이 없는 곳에 있었던 터라 나만 쾌적하고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친구는 좀 더 시끌시끌하고 흥겨운 곳을 원했을지도 모르겠다.

일단 친구가 하고 싶었던 건 드라마에서 처럼 찜질방에서 먹고 쉬고 하는 거였는데 마지막 리스트까지 완벽히 철저하게 달성!!!! 👏

(친구는 사우나를 못 들어감 그래서 땀 빼는 건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음.... 찜질방인데...) 

엄청 먹었다. 식혜, 맥반석 계란, 미숫가루, 라면.... 저녁으로 얼큰 수제비를 한 그릇씩 뚝딱한 직후였다. 

 

3박 4일 요약
친구 리스트
1. 삼겹살
2. 한국 편의점
3. 한국 슈퍼마켓
4. 한국의 저녁문화 - 술집, 길거리 포장마차
5. 한국의 거리
6. 지역 시장 음식, 분식 (떡볶이, 순대, 어묵, 김밥, 라면)
7. 실탄 사격장
8. 올리브영 화장품
9. 전통 찻집
10. 프라이드치킨, 치맥
11. 죽
12. 북촌 마을
13. 한복 입고 경복궁
14. 고터 (고속터미널)
15. 반포대교 레인보우 분수쇼
16. 찜질방 

구경한 지역은
1. 익선동
2. 인사동
3. 광장 시장
4. 청계천
5. 명동
6. 경복궁
7. 북촌 마을
8. 고속터미널
9. 반포 한강 공원

간만에 나도 서울을 '구경'해 볼 수 있는 경험이었다. 하긴 몇 십 년을 살면서도 관광을 해본 적이 없으니까. 그냥 싸돌아다녔을 뿐.

새삼 한국에서도 여기저기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세월이 흘러서 많은 것이 바뀌기도 했고 또 안 바뀌기도 했다. 한국을 갈 때마다 가족/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느라 빡빡해서 잊고 있었는데 좋은 데가 많은데 말이지. 친구 덕에 새로운 시각으로 보다 보니, 살던 때와는 다른 것들이 많이 보였다. 앞으로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잊지 말고 한국 관광을 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글 마무리! 

728x90